장바구니 속 쌓이는 물건들, 시간은 새벽 1시 40분스마트폰을 쥔 손가락만이 분주하게 움직이는이미 잘 준비를 모두 마친 침대 위블로그 후기, 내돈내산, 유튜브 비교 영상을 1시간 넘게 훑어보았지만끝내 아무것도 결제하지 못합니다.‘실패하지 않는 구매 ’를 하려다 정작 심신이 지쳐버린 선택 마비 현상. 요즘 우리가 겪는 탐색 피로(Decision Fatigue)의 생생한 순간입니다. 디토 소비(Ditto Consumption)'나도 마찬가지(Ditto)', '동감'을 뜻하는 영단어에서 비롯된 말로, 특정 인물·콘텐츠·유통 채널(커머스)을 추종하여 제안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트렌드 코리아 2024》/김난도 등 디토(Ditto)의 시작 —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나지막한 톤..
1. 비장소의 사람들우리는 매일 목적지를 향해 기계적으로몸을 던지고 있습니다.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스쳤을텐데도온기 하나 없이 길게 이어진 지하철 환승통로,서늘한 스테인리스 난간을 지나며—아침 출퇴근 지하철 안에는서로의 어깨는 닿아 있지만, 고개를 숙인 채스마트폰 액정만을 응시하는 무표정한 침묵들이 있습니다.어느 도, 시, 군, 구, 읍, 면, 리……똑같이 복사되어 들어서 있는 프랜차이즈,몸은 길가를 향해 있지만마주침 없는 시선들로만 채워진 창가 자리들.편의점 계산대 앞,말없이 내밀고 빠르게 찍고 신속하게 걸음을 옮기는무음의 거래 현장을 목격합니다.타인과 눈을 맞추거나 온기를 나누는 관계는 자연스레 생략됩니다.오직 빠른 통과와 무표정한 소비만이 되풀이되는완벽하게 차가운 익명의 지대입니다. '비공간(Non..
서로의 지성을 겨루고, 부딪히며 상대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 ― "너의 진짜 생각이 궁금해." 프랑스 아베세역 출구 푸니쿨라 승강장을 지나쳐몽마르트르의 가파른 돌계단이 보이고 물랭 루주의 밤거리를 배경 삼아 위치한라마르크 코랭쿠르 거리의 작은 '한식당이' 보입니다.2인용 테이블에 마주 앉은 프랑스인 엠마와 루이가 오랜만에 만났습니다.K-푸드의 매력에 빠진 둘의 테이블 위에는윤기 자르르 매콤한 냄새가 코를 먼저 자극하는떡볶이 한 접시가 놓였습니다.고민 끝에 주문한 첫 한식 메뉴입니다. 1. 부딪힐 수록 깊어지는 다정한 논쟁"엠마, 이거 진짜 신기해! 매콤한 양념인데 뒤에 따라오는 단맛이 입안을 싹 감싸네. 매운맛과 단맛이 이렇게 완벽하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워." 엠마가 고개를 갸웃합니..
1800년 한양, 한밤중 책상 위에는 먹을 갈아 만든 검은 액체와 종이, 그리고 붓이 놓여 있습니다.종이 표면 위로 붓이 지나간 자리에 문자들이 남았습니다. 분명 그것은 근엄한 자태를 지닌왕의 것은 아닙니다.한 인간의 몸과 마음이 견뎌낸 솔직한 흔적들입니다. 1. 날것의 언어를 종이에 옮기는 행위 답답하다.화가 치민다. 젖비린내 난다. 1799년 6월 10일 종이에 적힌 이 말들은 감정의 미화 없이 하얀 종이 위에 까맣게 떨어졌습니다.붓끝에서 흘러나온 먹물이 종이 속으로 천천히 스며듭니다.마음속에 엉켜 있던 분노를 종이 위로 담담하게 털어내는 순간입니다. 2. 고통을 문장으로 바꾸는 행위 뱃속의 화기(火氣)가 위로 올라와 눈병이 나고 종기가 도졌다./쓴 약재인 황련(黃連)을 한 근이나 마셨다. ..
1990년대 중반, 무선호출기(삐삐)의 대중화와 무선 기술의 발전 속에서 식당 테이블 위에무선 송신기 버튼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테이블 상판 하부에 슬라이딩 서랍을 붙인 특허 상품들이 자영업장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이 두 사물은 개인의 취향이 아닌, 그 시대의 구조적 필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1. 수저는 막내가? 말없이 움직이는 손길 식당에 앉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테이블 측면을 당깁니다.드르륵, 둔탁하게 열리는 나무 서랍. 서랍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사람은 수저를 꺼내 냅킨 위에 정렬합니다. 이 익숙한 동작은 단순한 친절이 아닙니다.시키지 않아도 움직이는 자발적 역할 분담의 문화를 표현합니다. 또한 식탁 위 좁은 여백을 한 뼘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효율적 공..
이른 봄, 깊은 산기슭 바위틈 사이 거칠고 억센 야생의 생명이 꿈틀거립니다.짐승도 선뜻 입을 대지 않는 쓴맛의 방어기제,프타퀴로사이드(Ptaquiloside)의 독성은 분주하게 꺾어대는 허리 굽은 아낙의 거친 손에 수줍게 꺾여 버립니다. 1. 채취두껍고 까매진 투박한 엄지 검지의 까만 흙을 품은 손톱은칼날보다 예리하고 정확합니다.자연에 있던 풀이 처음으로 사람의 시간으로 들어오는 찰나입니다. 2. 말림뜨거운 물에 데쳐진 잎사귀는 해가 처음 들고 가장 마지막에 지는 마당의 상석을 독차지하고 있는 장독대 왼쪽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람과 햇볕을 맞으며 수분을 빼앗기고 바짝 오그라드는 시간의 연속입니다.형태는 비틀어졌지만 향과 영양은 잔뜩 응축되어 강인해졌습니다.버텨냄으로써 비로소 '저장의 기술' 이..
한국문화에서 지조와 절개는 유교적 가치관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덕목입니다.이를 대표하는 시가 정몽주의 입니다. 그렇다면 이 를 언어와 문화가 다른 영어로 번역했을 때, 그 안에 담긴깊은 지조와 절개의 정서는 어떻게 표현 될까요? 단심가 (丹心歌) - 정몽주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Dansimga - English & Translation Though I die, and die again, 내가 죽고, 또다시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a hundred times repeated, ..
썸머 스쿨26편의 피터슨 교수의 제자들이 뜻밖의 장소를 찾았습니다.떡볶이의 성지 '신당동 떡볶이 타운'입니다. 옛날에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온 것입니다.이들은 즉석떡볶이와 뼈가 있는 닭발을 눈물맛으로 주문합니다.'눈물맛'은 말 그대로 눈물 나게 매운 맛을 의미합니다. 추억의 맛을 찾아 온 그들이 매운맛에 질려 더이상 떡볶이를 쳐다도 보지 않을까봐저는 조마조마 했습니다. 하지만 그 챌린지는 '성공' 합니다.맵지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다행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챌린지에 성공한 후 하이파이브하며 좋아하고 있을 때 매장 직원이 '짠'하고 나타납니다.손에는 '소프트 콘아이스크림'이 들려있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이건 서비스예요." 라고 말합니다. 세 제자들은 이것이 '정(情)' 이라는 것을 압..
음력 8월 15일, 가을 수확을 기뻐하며 가족이 모여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명절이 다가올수록 물가가 비싸진다고 한 달 전부터 명절 음식들을 준비하시곤 했습니다. 이맘때쯤부터 검은색 비닐봉지가 냉장고 속에 하나씩 쌓이기 시작했었죠. 생선을 손질해서 직접 말리시고, 탕국의 시원한 맛을 더해줄 건어물을 손질해 냉동실에 얼려 두시곤 했습니다. 분주한 부모님과 달리 저는 명절날이 주말을 끼고 있어 쉬는 날이 줄어들었다며 투덜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대체 휴일'이라는 것이 없었던 때 였거든요😊그러면서도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가을걷이를 즐기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농경 문화를 지닌 나라들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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